[기고] ‘셰셰’ 발언으로 소환된 대만해협
[기고] ‘셰셰’ 발언으로 소환된 대만해협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 승인 2024.03.2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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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라며 “그냥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말한 ‘셰셰’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나.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라며 “우리는 우리 잘살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셰셰’ 발언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온라인상에서는 “한국에 이렇게 사리에 밝은 사람은 드물다”며 이 대표를 띄우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중국판 네이버인 바이두에서는 “이재명이 윤석열을 비판했다”가 한때 인기 검색어 2위에 올랐다.

과연 대만해협은 우리와 상관없을까?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으로 연결되는 국제해로의 요충에 있는 대만해협은 한국을 오고가는 석유·천연가스 운반선 등 많은 화물선들이 통과하기 때문에 경제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혹자는 대만해협 통과가 어려울 경우 대만 동쪽 태평양 쪽으로 항로를 변경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런데, 대만 동쪽 바다는 깊은 해구가 있고 파도가 높아 해상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대만해협은 보다 잔잔하여 항해가 용이하다. 그래서 수많은 화물선들이 줄을 이어 오고가는 바다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많은 항공기들이 동남아로 가기 위해서는 대만해협과 주변 상공을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대만해협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경제나 인적교류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대만해협 정세는 한국의 안보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대만해협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다. 대만은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교두보이자, 파운드리 부문의 절대 강자인 TSMC가 있어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만문제에 개입하면 주한미군이 동원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한국의 직·간접적인 연루 가능성이 증대되는데, 중국군은 주한미군의 대만 이동을 방해하기 위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미국이 개입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이 이 기회를 이용하여 도발을 감행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대만문제에 관한 기본 입장과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한국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다른 나라와는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계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명시되어 처음으로 대만문제를 언급했다.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 계기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그해 8월에 개최된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명시되었다.

한국이 대만해협에 대한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한국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 왜 같은 민주당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는가?

중국이 좋아하는 말만 하고 중국의 주장에 양보만 해버리면 대한민국의 국익은 어떻게 되겠는가? 영토문제. 역사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것인가? 이재명 대표가 ‘셰셰’ 발언을 하자 중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이이제이’(以夷制夷·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한다) 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셰셰’하고 말하고 넘어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국제관계에서 자국의 국익이 관련되어 있으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국익이 손상된다. 선의로 행동하면 중국도 선의로 반응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결코 지킬 수 없다. 우리의 국익이 첨예하게 걸려있는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야 하며,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의 국익과 자존을 지킬 수 있다.

필자소개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외교부 서남아태평양과장, 주상하이 부총영사, 주시안총영사 역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일대일로(一帶一路)>,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 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 정책>, <대전환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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