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국 찾아 '사죄'를 전한 다케토미씨의 용기에 박수를!
[칼럼] 한국 찾아 '사죄'를 전한 다케토미씨의 용기에 박수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7.08.22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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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유언으로 한국을 방문...후쿠오카에서 '병사 서민 전쟁자료관' 운영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일본 단가(短歌)에 눈길이 갔다. 단가는 우리나라 시조나 사행시 같은 느낌의 일본 전통 시가다.

“空しかれどスプーンを作り箸を削り思い満たせど飢えは満たせず”가 그 내용. 이를 카톡을 통해 일본측 지인들에게 해석을 구했더니 속속 답이 들어왔다. “공허한 줄 알면서 숟가락도 만들고 젓가락도 만들어 마음을 채워보지만, 배고픔은 채워지지가 않네”라는 게 적절한 해석 같았다.

이 단가는 뉴기니에서 발견된 일본군 병사의 젓가락에 새겨진 글이라고 한다. 나무를 다루던 소목 출신의 일본 병사가 태평양 전쟁 때 뉴기니에 파견돼 갔다가 보급이 끊겨 굶주리면서 자기 젓가락에 이 글을 새겼다는 것이다. 이 젓가락은 지금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병사, 서민전쟁자료관’에 보관돼 있다.

젓가락에 새겨져 있는 이 단가가 유명해진 것은 이 자료관 부관장으로 있는 다케토미 지카이(68)씨가 지난해 국제젓가락협회가 주최한 수필 공모전에 입상하면서였다. 일본 사이타마에 본부를 둔 국제젓가락협회는 젓가락 문화 보급과 확산을 위해 젓가락으로 껍질 붙은 땅콩을 옮기는‘하시피(젓가락땅콩)’경기도 개최하고, ‘나와 젓가락’을 주제로 수필공모전도 열고 있다.

다케토미 지카이씨가 부관장으로 있는 ‘병사, 서민 전쟁자료관’은 그의 선친이 세운 자료관이라고 한다. 그의 아버지 다케토미 도미오 씨는 1944년 미얀마에 항공정찰병으로 파병된 일본 군인이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집 일부를 개조해서 전쟁자료관을 만들고, 당시 군인들의 군복과 모자, 엽서, 젓가락 등 다양한 유품 200여점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아들인 다케토미 지카이씨는 얼마전 한국을 방문해 아버지의 유품인 위안부 피해자 김 씨의 사진, 일본군에게 조선인들이 썼던 편지 등 유물 30점을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기증했다. 자료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 비화'라는 내용의 20여 장이 되는 참회록도 있다고 한다. 지카이 씨는 유물을 기증한 뒤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도 방문했다.

그가 한국을 찾아 자료를 기증한 것은 선친의 유언 때문이었다. 그의 부친은 당시 전우로부터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김 모 씨를 찾아 과거의 잘못을 사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부산 출신이었던 김 씨는 당시 위안부로 미얀마에 갔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미오 씨는 김씨를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2002년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김 씨를 찾아 사죄 해달라"고 유언했다는 것이다.

대를 이으면서 전쟁을 잘못을 참회하고 사죄하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일본인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을 한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도 그런 용기를 격려할 수 있을 만큼 성숙했을까? 베트남에서 다케토미 부자의 뉴스를 인터넷에서 보면서 '잘못을 사죄할 줄 아는 용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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