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物語-5] 후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텐진 시절
[유주열의 동북아物語-5] 후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텐진 시절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베이징총영사)
  • 승인 2017.06.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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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전 베이징총영사)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스탠퍼드 대학을 찾았다. 대학의 상징인 후버 타워에 올랐다. 스페인 풍의 아름다운 대학 의 캠퍼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학의 건물 군이 베이징의 스허위안(四合院)처럼 사방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특이 했다. 후버 타워는 이 대학의 졸업생으로 미국의 31대 대통령이 된 후버를 기념하여 세운 건물이다.

후버 대통령은 젊은 시절 중국에서 생활하여 중국어가 능통한 중국 전문가였다. 그가 대통령 재임 시 부인과의 사적대화도 도청돼 대통령 부부는 중국어로 대화함으로써 도청을 피했다고 한다. 당시 중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후버 타워에서 북한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의 파고를 생각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지나치게 어깃장을 놓는 것도 결국 미중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후버 대통령이라면 오늘의 미중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허버트 후버(1874-1964) 대통령은 이곳 스탠퍼드 대학의 제1기 졸업생이다. 그를 재선에 실패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시대에 앞선 인도주의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광산 기술자로 부인과 함께 중국에서 근무하여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어가 유창했다.

후버 대통령은 미시시피 강 상류의 아이오와 주의 가난한 집안출신으로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못되었다. 마침 캘리포니아 주의 정치가이며 거부였던 스탠퍼드 부부가 요절한 아들을 위해 대학을 설립해 가난한 학생을 학비면제로 입학시켰다. 후버 대통령은 이 대학에서 지질학(geology)을 전공하여 광산 기술자로 활동하게 된다.

후버 대통령은 25세가 되는 1899년 지질학과의 클래스메이트인 루 헨리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당시 미지의 세계인 중국(淸) 텐진으로 건너 가 영국계 광산회사에 기사로 취직을 했다. 그 무렵 중국에는 의화단의 난이 일어난다. 1898년 4월부터 기독교의 선교활동이 왕성했던 산동성 지역에서 의화단의 반외세 운동이 극열했다.

의화단은 철도 전선 교회 등 서양에서 들어 온 것은 무조건 파괴하고 선교사를 살해했다. 당시 실권자 시타이후(西太后)의 암묵적 지원으로 고무된 의화단은 1900년 6월 베이징의 외국공관을 포위 공격했다. 의화단 세력이 늘어나면서 서구 열강들의 불안이 증대된 상황에서 외교공관이 위기에 놓이자 영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8개국은 연합군을 조직하여 출병을 결정했다.

영국의 해군 사령관 시모어의 지휘아래 연합군은 6월17일 텐진 포대를 점령하고 7월14일 텐진시를 함락시켰다. 이때 텐진에 있던 후버 기사 부부는 위험을 무릎 쓰고 의화단의 공격대상이 된 텐진 거주 외국인의 안전을 위해 활동했다. 그 후 연합군은 베이징으로 진격한다. 찰톤 헤스톤과 에바 가드너 주연의 1960년대 영화 ‘베이징의 55일’에 연합군의 활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후버 부부의 중국에서의 인도주의적 활동 경험은 1914년 8월 1차 세계대전 발발 시에도 재연된다. 그는 당시 런던에 주재하는 민간인 신분으로 영국에 거주하거나 유럽에 여행 중인 수많은 미국인을 도와주는 자원봉사활동을 조직 그들을 안전하게 귀국시킨다.

2차 세계대전 시에는 나치 독일에 의해 침공당한 벨기에인이 식량위기에 빠지자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전국조직을 결성하여 벨기에인을 기아에서 구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후버의 중국에서 시작한 인도적 지원활동은 그를 미국의 31대 미국 대통령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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