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용사들, 퍼레이드 참여 못해
4월25일, 뉴질랜드 전국에서 ‘안작데이(ANZAC Day)’ 기념식이 엄숙히 거행됐다. 안작데이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국가 기념일 중의 하나로, 뉴질랜드의 현충일이다. ANZAC은 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의 약자로 1915년 제1차 세계대전 중 터키의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하던 뉴질랜드-호주 연합군을 기념하는 날에서 시작됐다.
안작데이는 한국, 베트남 전쟁 등 세계 각지의 전쟁에 참전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의 세계 평화를 위한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이날 각 도시에서 정부 주도하의 기념행사가 열리며 기념탑 헌화 등을 한다. 안작데이 며칠 전부터 시민들은 포피(Poppy. 양귀비꽃)라는 조화를 가슴에 꽂고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린다.
오클랜드 전쟁기념 박물관에서 열린 안작데이 기념식에는 각 나라의 대표들과 차창순 오클랜드 총영사의 헌화가 이어졌다. 교민단체인 재뉴해병전우회와 재뉴재향군인회도 헌화했다. 해마다 안작데이 참전용사들의 행진에 참여했던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78회 안작데이의 퍼레이드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는 얼마 전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모임인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회’가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참전용사들이 나이가 80대 후반과 90대 초반이 되어 더 이상 퍼레이드에 참여하기 힘든 것이 이유이다. 오클랜드 전쟁 기념박물관에서 열린 안작데이 기념식에는 한국전 참전용사 대표로 월리 와이엇씨가 참석했고 다른 참전용사들은 집에서 가까운 곳의 기념식에 참석했다.
얼마 전 ‘마지막 퍼레이드’ 행사를 끝으로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회’는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17~18세의 나이로 참전했던 그들이 노병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값진 자유를 얻었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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