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지역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육 지원정책 수립돼야
[기고] 중국지역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육 지원정책 수립돼야
  • 박제영<중국한국인회 부회장>
  • 승인 2017.02.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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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제영 중국한국인회 부회장.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다 크도록 언쟁한번 없었어요. 속 시원하게 부부싸움 한번 못하는 것이 그렇게 스트레스인 줄은 몰랐어요? 속이 시원하도록 욕을 해주고 싶은데 알아듣지 못하니까 욕은 해서 뭐해요. 우리부부는 결혼 초에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통해야 했어요. 남편은 중국어를 못하고 저는 한국어를 못하니까요.”

이미 맏딸을 대학 졸업시켜 직장에 보낸 상하이 다문화가정의 큰언니 황 여사가 입을 열자,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의 언어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수다로 이어졌다. 중국내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신청서 접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됐다. 신청서는 대부분 중국 전역에 자리 잡고 있는 지역한글학교와 한국인(상)회를 통해서 중국한국인회 사무국에 접수됐지만 상하이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신청서 대부분은 개별적으로 중국한국인회 메일로 직접 접수됐다.

황 여사는 주변에서 한국어를 기초부터 배워야할 가정에 신청서 접수를 제일 많이 권유한 분이다. 2017년 1월 말 현재 가장 많은 가정이 신청서를 제출해서 한국어 교육에 필요한 교재와 인터넷 강좌 시청에 필요한 ID와 패스워드를 제공받았다. 교재와 ID가 전달된 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어 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각 가정의 학습현황과 상호 정보교류, 나아가 다문화가정이 갖고 있는 한국어 교육 경험 등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동일 지역의 다문화가정 가장들의 모임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2월18일 토요일 오후 상하이에서 한국인 거주 밀집도가 가장 높고 접근성이 좋은 커피숍에 모인 다문화가정의 가장들은 모두 한국인과 혼인해 슬하에 자녀를 둔 어머니였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결혼 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약간의 한국어 대화를 하는 정도의 실력이지만, 아직 한국어 배우기를 시작하지 못한, 그래서 이미 사춘기를 넘긴 자녀에게도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달려온 부부도 있었다.

▲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육 지원 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서로의 마음을 쉽게 털어놓고 대화하기에는 수다만큼 좋은 게 어디 있으랴. 2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어머니들은 비록 남편이 유창한 중국어 능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답답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바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어머니 중 몇몇 분은 교재에 대한 의견과 학습효과, 느린 인터넷 속도로 인한 학습장애의 개선방향 등을 서면으로 전달해 오기도 했다.

각 가정마다 자녀는 물론 자신의 한국어 교육 노하우와 효과 등을 소개했다. 자녀의 연령과 발달과정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과 그 결과 등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담은 참석한 모든 가장들이 예정시간보다 길어진 일정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뜰 줄 몰랐던 이유이기도 했다.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상하이 지역 다문화가정 가장의 첫모임은 중국한국인회가 추진 중인 다문화가정 한국어 교육지원 프로젝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를 재인식하게 했다. 나아가 본 프로그램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조화롭게 연결하며 발전해 나가야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각 지역 특성상, 각각의 다문화가정 다양한 경제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회를 놓친 가정 등을 위한 배려와 정책이 수립되고 실현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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